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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의 시대와 VC의 역할 - AI 프론티어 EP 98 (노정석, 해시드 김서준 대표)

딸깍의 시대와 VC의 역할 - AI 프론티어 EP 98 (노정석, 해시드 김서준 대표)

M. · · 4 분 소요

한 시간 반짜리 팟캐스트를 들었다. ‘AI 프론티어’ 98화, 노정석 대표가 해시드 김서준 대표를 부른 대담이다. 다 듣고 남은 건 결론이 아니라 한 문장이었다. 만드는 비용이 바닥까지 내려가면, 그 비용을 메워주던 것들이 흔들린다. VC도, 대학도, 회사도 마찬가지다.

이 글은 그 한 문장을 따라 대담을 정리한 노트다. 딸깍 한 번으로 만들어지는 시대, 거기서 나온 “눈에 보이는 건 다 오픈소스다”라는 말, 그리고 그 말이 VC와 교육의 역할에 던지는 질문.


1. “딸깍”의 시대, 눈에 보이는 건 오픈소스가 된다

김 대표는 터미널을 떠난 지 10년도 더 됐다고 자기를 소개한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과장 광고에 가까웠고, 몇 번 해보다 손을 놨다. 분기점은 Gemini 3와 Opus 4.5가 일주일 간격으로 나온 직후였다.

그가 든 사례 두 개가 이 시대를 잘 보여준다. 하나는 이더리움 가치 평가 대시보드. 지표 30개를 나열하고 “데이터 찾아서 그려봐” 시킨 뒤 화장실에 다녀오니, 클로드가 바이낸스·코인마켓캡의 공개 API를 알아서 찾아 20개를 실시간으로 띄워놓고 있었다. 4시간 만에 밸류에이션 공식을 얹은 대시보드가 나왔고, 크립토 랭킹 플랫폼 Kaito에서 1위까지 올랐다. 다른 하나는 아부다비행 비행기 안이다. 기내 추천 앱이 엉망인 걸 보고 구글 맵 리뷰 10만 건을 크롤링·분석해, 본인 말로 트립어드바이저보다 나은 관광 앱을 비행 중에 만들었다. 예전이라면 기획자·퀀트·개발자가 두어 달 붙어야 했을 일이다.

“딸깍으로 다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하는 속도로 이제 실행이 진짜 되는구나.”

두 사례의 공통점은 본인이 짠 코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의도를 던지고 방향만 잡았다. 만드는 일이 공짜에 가까워지면,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니다. 김 대표가 같은 자리에서 한 말이 이 지점을 짚는다.

“화려하게 도는 웹사이트도 5~10분이면 비슷하게 만들어져요. 웬만한 서비스를 딸깍으로 다 만들게 됐을 때, 비즈니스의 본질은 ‘누가 그걸 연결해 주냐’로 옮겨가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전부 복제 가능해진다. 사실상 오픈소스가 되는 셈이다. 그러면 차별화는 제품 안이 아니라 제품 바깥, 곧 네트워크나 타이밍, 신뢰 같은 데서 갈린다. 김 대표의 아부다비 앱이 취미가 아니라 관광 스타트업이었다면, 승부를 가른 건 앱 완성도가 아니라 에티하드 회장에게 그걸 들이밀 수 있느냐였을 것이다.


2. 그럼 VC의 역할은? 자본에서 그 바깥의 것으로

따라오는 질문이 VC다. VC가 판 건 본질적으로 자본이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그 자본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자 인건비였다.

“스타트업이 펀딩을 받으러 올 때 가장 큰 비중은 개발자 월급이거든요. 구글도 전체 비용의 절반 이상이 개발자 연봉이고, 보통 스타트업은 개발팀 인건비로 3분의 2 정도가 잡혀 있어요.”

인건비를 에이전트가 흡수하면,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자본 수요가 사라진다. 김 대표는 같은 논리를 자기 회사에도 적용한다. 20명짜리 투자사가 연말엔 1,000명짜리 회사만큼의 성과를 노린다. 반복 실무를 에이전트에 넘길수록 한 사람이 두세 사람 몫을 하고, 그 세팅이 복제되면서 사람 수는 그대로인데 결과물만 불어난다.

그래서 그가 던진 질문은 “VC는 끝났나”가 아니라 “자본이 굳이 필요 없어진 창업자에게 뭘 줄 수 있나”였다. 해시드의 답은 세 가지다. 같은 언어로 대화가 되는 멘토십, 글로벌 네트워크에 바로 꽂아주는 연결, 같은 불안을 나누는 빌더 커뮤니티. 셋 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이 변화는 빌더들에게 해방이라기보다 불안에 가깝다. 김 대표 본인이 지금을 흥분 30, 불안 70이라고 표현한다.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내가 지금 만드는 게 내일도 의미가 있을까”를 더 자주 묻게 된다. 그래서 같은 불안을 아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자체가 자본보다 큰 자산이 된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VC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VC가 파는 상품이 자본에서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로 바뀐다. 단, 김 대표도 이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못 박는다. 설비나 연구개발에 초기 자본이 크게 드는 분야에선 자본이 여전히 진입장벽이고, 인건비가 비용의 대부분인 영역에서만 이 변화가 날카롭게 온다.


3. 같은 질문이 교육으로, 대학의 기능이 쪼개진다

같은 질문이 대학에서도 반복된다. 김 대표가 만나는 새 창업자들은 개발 특성화고 출신이 많다. 학위가 아니라 깃허브(GitHub) 레포와 스타가 실력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이 세 기능으로 쪼개진다고 본다.

flowchart LR
  U[대학의 세 기능] --> S[선발]
  U --> E[교육]
  U --> C[커뮤니티]

  S --> S1[GitHub 레포·스타 = 학위 대체]
  E --> E1[Opus와의 대화 = MOOC조차 건너뜀]
  C --> C1[밋업·온라인 커뮤니티]

선발은 깃허브 이력이, 교육은 Opus와의 대화가(스탠퍼드 강의도 MOOC도 건너뛴다), 커뮤니티는 의도를 갖고 찾아간 밋업이 대신한다. 노정석 대표는 미국에선 Y Combinator가 사실상 대학 자리를 가져갔다고 덧붙인다. 명문대에 보내놨더니 1~2학년부터 배치에 들어가려 하고, 들어가면 학교를 그만둘 명분이 생기는 트랙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2번과 똑같은 그림이 겹친다. 해시드가 창업자에게 주려는 세 가지(멘토십·네트워크·피어)가 대학의 세 기능(교육·선발·커뮤니티)과 그대로 포개진다. 자본으로 메우던 자리든 학위로 메우던 자리든, 빈자리를 뭘로 채울 거냐는 한 질문이다.

그 답의 끝에 다시 “오픈소스”가 나온다. 김 대표가 제주도 오프사이트에서 본 창업자들은 딱히 보상이 걸린 것도 아닌데 서로의 메인 레포에 초대해 밤새 남의 코드를 짜준다. 전통 회사라면 보안 각서부터 받았을 일이다. 코드가 곧 자산이라는 전제가 무너진 자리에서 나온 말이 이거다.

“가치가 깃허브 바깥에 있는 셈이네요.”


마무리

거창한 결론은 없었다. 노 대표 말처럼 “괄호는 열었는데 닫지 못한” 채로 끝났다. 그래도 한 줄은 남았다. 실행이 공짜에 가까워질수록, 무엇을 실행할지 정하는 쪽의 값이 오른다.

“의도를 가지고 100시간을 고민한 사람이, 의도 없이 1만 시간을 고민한 사람보다 더 아웃퍼포밍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VC든 대학이든 회사든, 자본과 학위로 메우던 자리에 이제 뭘 둘 거냐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출처: ‘AI 프론티어’ EP 98 「AI가 실행하는 시대, 인간에게 남는 건 ‘의도’」 (게스트 해시드 김서준 대표, 진행 노정석·최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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