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W 지출 GDP 비중 0.3% (세계 51위) vs R&D 5.0% (1위). build 고착의 5가지 증상을 root cause 하나로 환원하는 시리즈 thesis.
정확히 거꾸로다
세계 10위권 경제 · 통신 인프라 글로벌 톱 · 개인 ChatGPT 사용률 OECD 상위 · UN 전자정부 평가 매년 상위.
그런데 한국 기업이 사서 쓰는 SW에 쓰는 돈은 GDP의 0.3%다. 미국은 1.3%. 이건 인상이 아니라 통계다. WIPO Global Innovation Index 2025 (139개 경제 평가, 데이터 소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2024) 기준, 한국의 Software spending % GDP 순위는 51위.
같은 보고서, 같은 페이지, 같은 한국 — R&D 지출 GDP 비중은 5.0%, 세계 1위. 기업이 부담하는 R&D 비중도 1위. R&D 투자자 상위 3사 합계로도 1위.
R&D는 1위, SW는 51위. 이게 우연일까.
이 글은 4부작 시리즈의 0편이자 thesis 선언이다. 한국 AI B2B 시장의 다섯 가지 특수성으로 흔히 거론되는 SI 지배·CSAP·로컬 LLM·다층 결재·한국어 토큰 이슈를, 다섯 개의 독립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root cause(build 고착)에서 파생된 동일 현상의 다른 면으로 환원한다. 그리고 진짜 질문을 던진다 — AI 시대 글로벌도 build로 회귀하는 중이라면, 한국은 trap에 갇힌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이 따라오는 leading indicator인가.
”한국은 보수적이다”라는 설명의 한계
이 격차에 대한 가장 흔한 해석은 “한국 B2B가 보수적이어서 SaaS를 안 산다”다. 직관적이고 부분적으로 맞다. 하지만 보수성 가설로 설명되지 않는 데이터가 너무 많다.
| 영역 | 한국 위치 | 보수성 가설과의 정합성 |
|---|---|---|
| 개인 ChatGPT 사용률 | OECD 상위 | 모순 |
| 통신·결제·핀테크 인프라 | 글로벌 1–2위 | 모순 |
| 디지털 공공서비스 (UN 평가) | 글로벌 톱 | 모순 |
| AI Pilot (대기업·공공) | 활발 | 모순 |
| Production 전환율 | 낮음 | 부합 (단, 보수성으로는 미설명) |
보수적인 시장은 pilot도 안 한다. 한국은 pilot은 활발하고, 거기서 막힌다. 이 단절은 보수성이 아니라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신호다.
같은 가설로 또 하나 설명되지 않는 것 — 한국 SaaS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못 팔고 일본으로 우회하는 패턴이다.
- LINE WORKS (네이버 클라우드): 한국 그룹웨어 12.0% (2위), 기업 메신저 6.3% (5위)에 머무는 사이, 일본 유료 업무용 메신저 시장에서 2017년부터 8년 연속 1위 (Fuji Chimera 종합연구소 비즈니스 채팅 매출 점유율 33.6%, 5년 연속 1위).
- 영림원소프트랩 SystemEver: 한국에서 100+ 고객 확보 후 일본 도쿄 법인을 별도 설립. 일본 ERP 라이선스 가격이 한국의 3배라는 마진 차이까지 활용해 일본 시장에 집중.
- 알서포트: 원격 솔루션 한국 1위지만, 사업 초기부터 일본을 핵심 해외 시장으로 운영. 팬데믹 이후 일본 SaaS 텔레워크 수요로 폭발적 성장.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인데 한국에서는 SI 외주·온프레미스 압력에 막히고 일본에서는 SaaS 그대로 통한다. 이건 한국이 보수적이라기보다 SaaS를 사는 시장 구조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자세한 케이스 분석은 2편에서 다룬다.
Build / Buy / Assemble — SW 시장의 3단계 진화
지난 30년 글로벌 SW 시장은 큰 흐름으로 보면 세 단계를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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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uild<br/>1990s~] --> B[Buy<br/>2000s–2020]
B --> C[Assemble<br/>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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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ild (1990s~): 자체 개발 또는 SI 외주. 시장이 “맞춤형”을 요구.
- Buy (2000s–2020): 패키지·SaaS 구독으로 표준화. Salesforce, Workday, ServiceNow 같은 대형 SaaS의 황금기.
- Assemble (2022~): API·composable·agentic. 대형 SaaS 한 덩어리가 아니라 작은 컴포넌트와 에이전트를 조립.
미국·일본·인도·한국의 위치를 단순화해 매핑하면:
| 국가 | 주된 위치 | 메커니즘 |
|---|---|---|
| 미국 | Buy → Assemble (전환 중) | 사내 엔지니어링 + SaaS 풀스택 |
| 일본 | Build → Buy (전환 중) | 패키지·SaaS 점진 도입, 일부 보수적 |
| 인도 | Buy + 자체 build (병행) | 글로벌 IT 서비스 산업 + 자체 SaaS 성장 |
| 한국 | Build 잔류 (외주 build) | SI 발주, 사내 엔지니어링 빈약 |
한국의 위치를 정확히 표현하면 “build 단계에 머물러 있다”가 아니라 “외주 build에 머물러 있다”이다. 이 차이가 시리즈 전체의 척추다. 사내 엔지니어링 조직이 직접 build하는 것과 SI에 발주해서 build시키는 것은 같은 단어 다른 메커니즘이다. 같은 ‘build’라도 글로벌 회사가 사내 엔지니어로 코드를 진화시키는 build와 한국 대기업이 SI에 N명·M개월로 발주하는 build는 산출물·사이클·가격 모두 다르다. 이 구분은 시리즈 마지막 편(AI 시대 build resurgence)에서 핵심 변수로 다시 돌아온다.
다섯 가지 peculiarity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이제 외주 build의 위치가 만든 결과를 보자. 한국 시장의 특수성으로 자주 거론되는 다섯 가지 항목 — SI 지배·CSAP·로컬 LLM·다층 결재·한국어 토큰 — 이 그 결과 목록이다. 보통은 각각을 독립 변수로 다루지만, 하나의 root cause에서 파생된 동일 현상의 다른 면으로 보면 그림이 다르다.
SI 지배 — build 수요를 외주로 푸는 메커니즘
삼성SDS·LG CNS·SK C&C 같은 SI 3사가 한국 IT 시장을 지배하는 건 결과다. 시장이 build (자사 인프라에 맞춤형 시스템)를 요구하고, 그 수요를 외주로 처리하는 메커니즘이 SI다. 만약 한국이 SaaS를 사는 시장이었다면 SI가 이렇게 클 이유가 없다. SI가 강한 게 아니라, build 수요가 외주로 처리되기 때문에 SI가 강하다.
CSAP·망분리·데이터 주권 — build 시장이 정부 발주에 갇힌 결과
CSAP(클라우드 보안 인증), 망분리, 데이터 주권법은 글로벌 SaaS 진입 장벽이다. 흔히 이걸 “한국이 폐쇄적이어서”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build 시장이 공공·금융 발주에 깊이 의존하면서 형성된다. 발주자가 “내부망에 직접 구축”하는 모델을 표준으로 두면, 그 표준이 보안 규제로 굳어진다. 진입 장벽은 build 발주 관행의 부산물이다.
로컬 빅테크 강세 (HyperCLOVA·EXAONE·KAKAO) — 닫힌 시장의 자생 LLM
네이버 HyperCLOVA, LG EXAONE, 카카오의 LLM이 강한 것도 결과다. 한국어 토큰 효율도 일부 영향이지만, 더 큰 요인은 시장이 닫혀 있어 외산이 진입하지 못하는 동안 정부 R&D와 공공 발주로 자생 LLM이 자라났다는 점이다. HyperCLOVA가 “글로벌과 다른 길”을 간 게 아니라, 한국 시장이 글로벌과 다른 진입 구조라서 자생 모델이 생존 가능했다.
다층 결재 (기획·전략·실무·IT·보안·법무·CEO) — 외주 발주 통제 거버넌스
기획팀·전략팀·실무팀·IT팀·보안팀·법무팀·CEO까지 7층 결재 구조도 build 시장의 부산물이다. 사내에서 직접 build하는 시장이라면 엔지니어링 리더가 결정하면 끝이다. 외주 발주 시장에서는 누가 발주를 책임지는가가 핵심이고, 그 책임 분산이 다층 결재로 굳는다. SaaS 의사결정과는 본질이 다르다.
한국어 토큰화·번역차 — 닫힘에서 생긴 잔여 비용
GPT 토큰 효율, 한국어 LLM 성능, 영문 콘텐츠의 한국어 번역 시간차 — 이건 단독으로도 비용이지만 시리즈 thesis에선 부차적이다. 시장이 buy로 열려 있었다면 외산 SaaS와 외산 LLM이 한국어 적응에 더 투자했을 것이다. 닫힌 시장이라 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잔여 비용으로 남는다.
다섯 개의 “특수성”은 각자 분석할 게 아니다. 한국이 buy 시장이 아니라 build (그것도 외주 build) 시장이라는 단일 사실의 다섯 가지 그림자다.
Thesis — 절반만 맞다
여기까지가 시리즈가 동의하는 절반이다. “한국이 build에 갇혔다”는 진단은 절반 맞다. 하지만 진단의 절반이 빠져 있다. 글로벌도 AI로 build에 회귀하는 중이다.
증거는 산재해 있다. Cursor·Claude Code·v0 같은 사내 build 도구의 폭발적 채택, “SaaS is dead” 담론, 사내 sLLM과 에이전틱 워크플로우, 대기업의 자체 LLM 내재화. a16z·Bessemer 같은 투자자들이 “vertical agent가 horizontal SaaS를 대체한다”는 글을 연이어 내고 있다. SaaS 진자가 build 쪽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서 “돌고돈다”는 단순 결론이 위험하다. 한국의 build와 AI 시대 build는 같은 단어 다른 메커니즘이다.
| 구분 | 한국의 build | AI 시대 build |
|---|---|---|
| 주체 | SI 외주사 | 사내 엔지니어링 조직 |
| 도구 | 맞춤 코딩, 인력 투입 | AI 협업 (Cursor, Claude Code, agentic) |
| 사이클 | 6–24개월 (워터폴) | 일~주 (반복) |
| 산출물 | 한 번 만든 시스템 | 진화하는 코드베이스 |
| 가격 | 인력 단가 × 기간 | 결과·구독·결합 |
방향은 한국 쪽으로 수렴한다. 방법은 한국이 못 따라갈 위험이 있다. 한국 대기업·중견기업의 사내 엔지니어링 조직은 글로벌 대비 빈약하고, build 수요는 여전히 SI에 발주된다. SI가 AI 시대의 build를 인하우스 엔지니어링으로 변환할 수 있느냐 — 이게 실제 검증해야 할 질문이다.
따라서 시리즈의 진짜 thesis는:
한국이 build에 갇혔다는 진단은 절반만 맞다. 글로벌도 AI로 build에 돌아오는 중이다. 진짜 질문은 “한국이 SI-외주 build에서 엔지니어링-조직 build로 점프할 수 있느냐”이며, 이 점프 여부가 향후 5년 한국 SW 시장의 운명을 결정한다.
4부작 예고
이 thesis를 시간축으로 분해해 4편으로 다룬다. 각 편은 독립 글로 읽을 수 있지만, 0편(thesis) → 1편(과거) → 2편(현재) → 3편(미래)의 순서로 인과를 따라간다.
| 편 | 제목 | 다루는 것 | Anchor 증거 |
|---|---|---|---|
| 0 | 본 글 | 시리즈 thesis 선언 + Build/Buy/Assemble 프레임 | WIPO GII 2025, R&D 1위 vs SW 51위 |
| 1 | 어떻게 갇혔나 | 정부 SW 단가, 한컴, SI 외주의 30년 형성사 | 공공 SW 단가 변천, SI 3사 매출 |
| 2 | 갇힘의 비용 | 한국 SaaS의 일본 우회, 글로벌 진입 차단 | LINE WORKS·영림원·알서포트 케이스 |
| 3 | AI는 풀까 굳힐까 | 규제 완화 × AI Build × SI 관성 충돌 | CSAP 2023 개편, K-PaaS, 사내 sLLM 흐름 |
닫는 질문
다음 5년 한국 SW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SI의 매출이 줄어드느냐가 아니다. 한국 기업의 사내 엔지니어링 조직이 AI 도구와 결합해 직접 build할 수 있느냐이다.
가능하다면 한국은 build에 갇힌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이 따라오는 leading indicator였다는 결론에 가까워진다. 가능하지 않다면 SI 외주에 갇힌 채 AI 시대에도 사내 build 역량이 자라지 않은 시장으로 남는다.
한국은 trap인가, 아니면 글로벌이 따라오는 leading indicator인가. 이 시리즈는 그 답을 검증한다.
출처
- WIPO Global Innovation Index 2025 — 지표 6.2.3 Software spending % GDP, 데이터 출처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2024
- 라인웍스, 일본 비즈니스 채팅 시장 점유율 1위 (네이버웍스 공식 PR)
- ‘라인웍스’ 10년 — 네이버클라우드 AI 업무 플랫폼 도약 (CNET Korea)
- 영림원소프트랩 클라우드 ERP 시스템에버 일본·인니 시장 (전자신문)
- “ERP 가격, 일본이 한국 3배” 영림원 해외 공략 (더일렉)
- 한국과 일본 SaaS 시장 어떻게 다를까 (KOTRA 인용, maily.so japaninsight)
시리즈 인덱스: 한국 SaaS Build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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