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 단가, 한컴·그룹웨어 NIH, SI 외주화 30년이 만든 build 고착의 형성 메커니즘.
한국 SW 시장은 어떻게 build에 갇혔나
0편: 한국이 SW를 안 사는 시장인 이유에서 한국 SW 지출 GDP 비중이 51위, R&D는 1위라는 모순을 봤다. 이 글은 그게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30년 역사로 되짚는다.
build 고착은 우연도, 본성도, 보수성도 아니다. 1990년대 공공 SW 발주 단가 정책, 한컴·그룹웨어로 대표되는 자체 개발 선호, IT 외주화의 30년이 누적된 결과다. 세 축이 서로를 강화하면서 굳어 온 구조다.
첫 번째 축 — 공공 SW 단가의 굴레
한국 SW 시장은 1990년대부터 공공 발주가 견인했다. 정부 부처·공공기관·금융기관이 발주하는 시스템 구축 사업이 시장을 키웠다.
문제는 발주 단가의 구조다. 공공 SW 사업 대가산정은 인력 투입형 모델로 굳었다.
- “이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개발자 N명 × M개월”이 단가의 출발점
- 측정 단위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
- 라이선스·구독·결과 기반 가격은 적용되기 어려운 구조
이 모델에서는 패키지 SW나 SaaS는 단가 산정 자체가 어색하다. SaaS는 “5명이 6개월”로 표현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공공 발주는 build (외주 인력 투입) 형태로 표준화되었고, 그 표준이 민간 발주에도 영향을 주었다.
공공 발주 단가가 build를 표준으로 만들었고, 민간이 그 표준을 따라갔다.
한컴 vs M365 — NIH의 클래식 케이스
같은 시기, 한국에서 자체 SW 개발 선호의 상징이 된 사례가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다. 글로벌에서는 Microsoft Office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컴오피스를 유지해 왔다.
이 선택은 단순한 NIH(Not Invented Here)가 아니다. 공공 발주 단가 모델 안에서 “외산 라이선스 비용”은 합리화하기 어려웠고, 자체 개발한 한컴오피스 도입은 정책적으로 옹호 가능했다. 즉 공공 SW 단가 구조와 자체 개발 선호가 서로를 강화했다.
같은 패턴이 그룹웨어·ERP·CRM에서 반복되었다. 글로벌에서 SaaS가 표준화될 때 한국은 SI에 발주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델을 유지했다. 이게 한국이 “패키지를 살 시장”이 아니라 “패키지를 만들게 시킬 시장”이 된 첫 번째 메커니즘이다.
두 번째 축 — IT 외주화의 30년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 대기업·금융기관은 IT 인력의 외주화를 빠르게 진행했다. 사내 IT 부서를 분사하거나 SI 자회사로 이관하고, 본사 IT는 “기획·운영” 중심으로 슬림화했다.
이게 만든 결과는 두 가지다.
- 사내 엔지니어링 조직의 빈약: 본사에 직접 build할 인력이 거의 없다.
- SI 산업의 비대 성장: 삼성SDS, LG CNS, SK C&C 같은 SI 3사가 그룹사 IT를 도맡으며 거대 사업으로 성장.
| 시기 | 모델 | 결과 |
|---|---|---|
| 1990s 초 | 사내 IT 부서 | 일부 자체 개발, 일부 외산 도입 |
| 1990s 말 | 외주화·분사 | 사내 엔지니어링 약화, SI 자회사 성장 |
| 2000s | SI 3사 시대 | 그룹사 IT가 SI에 종속, 글로벌 SaaS 진입 어려움 |
| 2010s | 클라우드 등장 | 글로벌 SaaS 시도, 그러나 SI 모델 여전히 우세 |
| 2020s | AI 등장 | sLLM·자체 build 시도, SI 외주 관성과 충돌 |
이 30년의 누적이 오늘 한국이 직면한 구조다. 사내 엔지니어가 직접 build하기에는 인력이 없고, SI에 외주하면 build이긴 하나 SaaS·AI 시대의 사내 빌드와는 다른 메커니즘이다.
”맞춤형 build” 문화의 자기강화
SI 외주가 표준이 되면서 한 가지 문화가 굳었다 — “우리 회사 프로세스는 특수해서 표준 SaaS로 안 맞는다”는 인식. 영림원소프트랩이 일본에서 발견한 차이가 정확히 여기다 (자세한 케이스는 2편에서 다룬다). 일본 중견기업은 SaaS ERP의 1,000+ 화면을 한 줄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도입한다. 한국 기업은 같은 SaaS도 대규모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한다.
이건 회사가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30년 동안 build 모델로 일해 온 사람들이 “표준에 맞춰 일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외주 발주에 익숙해진 조직은 SaaS를 만나도 “우리 프로세스에 맞춰주세요”가 자동 반사로 나온다.
세 번째 축 — 그룹웨어·ERP의 자체 구축 관행
대기업과 공공 부문은 그룹웨어·ERP를 SaaS로 사기보다 SI에 발주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델을 유지했다.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 단가 모델: 공공 발주 단가 안에서 SaaS 구독은 어색.
- 보안 인식: 사내망에 직접 구축하는 게 “안전”하다는 인식 (망분리 정책과 결합).
- 인력 투입형 평가: SI에 발주해 N명 × M개월을 받는 것이 가시적 산출물이 됨.
이 관행이 만든 부산물이 CSAP·망분리 같은 규제다. 시장이 자체 구축을 표준으로 두면 그 표준이 보안 규제로 굳는다. 글로벌 SaaS는 이 규제 위에서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진입 장벽은 별도 규제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시장 관행에서 자연 발생한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 build 고착은 단순 “정책 실패”가 아니다. 발주 관행이 보안 규제를 만들고, 보안 규제가 다시 발주 관행을 보호하는 자기강화 루프가 작동한다.
정리 — 30년이 만든 자기강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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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ph TD
A[공공 SW 단가 = 인력 투입형] --> B[Build 모델 표준화]
C[IT 외주화] --> D[사내 엔지니어링 빈약]
D --> E[SI 산업 비대 성장]
B --> F[자체 구축·NIH 문화]
F --> G[CSAP·망분리 등 규제 형성]
E --> H[글로벌 SaaS 진입 장벽]
G --> H
F --> I[맞춤형 커스터마이징 요구]
I --> J[한국 SaaS 회사도 못 자람]
H -->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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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J fill:#ffd6a5,stroke:#c98a5a
이 구조는 어느 한 점이 아니라 여러 변수가 서로를 강화하는 누적 효과다. 단가 모델 → SI 외주 → 사내 엔지니어링 빈약 → 자체 구축 문화 → 규제 형성 → SaaS 진입 차단 → 한국 SaaS 회사 성장 차단.
| 시점 | 변수 | 누적 효과 |
|---|---|---|
| 1990s | 인력 투입형 단가 | Build 모델 표준화 |
| 1990s 말 | IT 외주화 | 사내 엔지니어링 빈약 |
| 2000s | SI 3사 비대 | 그룹사 IT 종속 |
| 2010s | 자체 구축 → 망분리·CSAP | 글로벌 SaaS 진입 차단 |
| 2020s | 맞춤형 요구 문화 | 한국 SaaS 회사도 한국에서 못 자람 |
다음 — 갇힘의 비용을 본다
다음 편에서는 이 갇힘이 현재 만들어내는 비용을 본다. 글로벌 SaaS가 못 들어오는 것과 한국 SaaS가 한국에서 못 자라는 것이 같은 메커니즘의 양면이라는 사실 — 그리고 그 결과로 한국 SaaS 회사들이 일본으로 우회하는 패턴을 LINE WORKS·영림원·알서포트 세 케이스의 데이터로 본다.
출처
- 영림원소프트랩 SystemEver 공식 — SaaS 정책, 도입비용
- 공공 SW 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NIPA) — 인력 투입형 단가 모델
- 한국SW산업협회 (KOSA) 통계 — 한국 SW 산업 일반 통계
1편의 30년 거시 narrative는 1차 출처 인용보다 산업 통념을 정리·재해석한 성격이 강합니다. 구체 stat은 2편 케이스에서 1차 출처로 검증.
시리즈 인덱스: 한국 SaaS Build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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